2일차
오랜만에 푹 자고 일어난 아침
어제 비가와서 그런지 날씨가 좋아 남편을 설득하고 설득해 아침산책을 했다.
호스트에게 추천받은 커피숍도 가고 산책을 하니 상쾌함과 피로가 함께 몰려오던 아침.
크로아상으로 남편을 달랜 후 캐필라노로 출발했다.
캐필라노 현수교는 5년전에 왔던 곳이라 무서웠던 느낌보단 재밌었던 느낌이 남아있어서
약간의 고소공포증이 있는 오빠를 내가 지켜주겠어! 하며 호기롭게 출발했지만
없던 고소공포증까지 생길뻔했다. 예전보다 더 많은 사람들의 발 리듬에 다리는 꽤 흔들렸고 내 속도...
오히려 오빠한테 의지해서 겨우 건너 한동안 앉아있었다
스탠리 공원에서도 그랬지만 나무의 크기가 놀랄만큼 크고 높다.
태초의 지구를 보는 느낌이랄까.. 공룡이 나오고 익룡이 날아다녀도 이상할 곳이 없는 곳이다.
관리가 잘된만큼 입장료도 비쌌지만 비염환자로서 숨을 편히 쉴 수 있는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양쪽 코로 숨을 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기쁜일인지 ㅠ 돌아가면 다시 미세먼지가 시작되겠지
계획했던 일정에 비해 많이 둘러보지 못해 여러가지를 포기하고고
킷실라노 해변으로 향했다. 가장 최근에 본 바다는 부산에서 바라만 봤던 바다인데
이 해변에서 햇살 맞으며 광합성 하는게 얼마만만지..
시원한 바람 따뜻한 햇살 산책하는 사람들, 강아지, 가족, 나무로 가득 찬 공원, 파란 하늘, 하얀 구름, 바지사이로 따뜻하게 퍼지는 온도,
여행할때마다 그런 순간이 있다.
아 이풍경은 절대 잊지 말아야지, 이 느낌은 절대 잊지말자..
이런 생각을 하면 정말로 그 풍경이, 그 느낌이 오래 기억된다. 신혼여행때 봤던 뷔르츠 부르크의 풍경을 보며며
절대 잊고 싶지 않다.. 눈으로 가득 담아가야지 하며 카메라도 내려놓고 한동안 비를 맞고 쳐다보았던 순간이 전부 기억난다.
오늘의 이 햇살도 오랫동안 기억해야지 하며 온 몸 가득 느끼고 담아왔다.
아직도 바지의 천 사이로 스며들던 햇살을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여행은 이런건가 (벤쿠버 새벽갬성)
배도 부르고.. 햇살도 따뜻하고 이미 만보를 채웠으니... 졸음이 쏟아졌다
솔직한 나의 신체야.. 졸면서 걷다가 결국엔 다시 숙소로.. 아직 시차때문이라고 위안하며
여행의 아쉬움과 신체의 반응 사이에 힘들게 버티다 결국 쓰러져 자고 말았다.
다시 일어났을 땐 해가 지고 있었고.. 여긴 대부분의 관광지가 7시면 닫기 때문에.. 시내라도 구경하자며
운전하느라 피곤한 남편을 다시 설득하고... 설득...하여 다운타운으로 향했다.
30분에 2.5불이나 하는 주차비에 발은 빨라졌다.
만 육천보로 마무리 한 오늘
둘다 일때문에 저녁에 마음 급하게 시내를 둘러보고 들어왔지만
우리에겐 로키가 남아있지!!
오빠는 오늘 하루종일 벤쿠버에서 살고싶다...라는 말을 많이했다. 부산이 고향인 오빠는 어느 나라에 가서든
한국이 제일좋다고 했었는데, 벤쿠버는 부산과 비슷해서 그런걸까.
최종적으로 부산에서 살고 싶다는 오빠의 말을 들을때마다 고향이 많이 그리운건 아닌지 타지에 정착해 사는게
많이 힘든건지 서울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 사는 나는 그게 어떤 느낌인지 크게 알 순 없지만
항구 도시가 가진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사는 벤쿠버 사람들이 참 좋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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